귀틀집 짓기

귀틀집 짓기

귀틀집은 통나무 양쪽 끝에 귀를 깎아 틀을 쌓아 올린 집이라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옛부터 나무가 흔한 지역에서 화전민들 귀틀집은 도끼 한 자루로 지어 투막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도끼 한자루로 지을 수 있는 집이니 별다른 기술이 들지 않는 손쉬운 집이기도 합니다.

일반 한옥집은 나무를 재단해 괘맞춤을 하여 기둥과 뼈대를 삼으니 적어도 전문 목수의 손길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귀틀집은 통나무를 뉘여서 서로 엇갈려 쌓으니 통나무 자체가 벽체가 되고 맞물리는 부분은 기둥 역할을 합니다.

전체 나무가 서로 맞물려 짜여 있으니 무너지거나 쓰러질 염려가 없습니다.

그래서 치밀하게 중심을 잡거나 기준선에 맞춰 벽체를 쌓질 않으니 나무 생긴대로 집모양이 꾸불텅합니다.

몇 밀리의 차이로 괘맞춤이 어긋나 기둥이 기울거나 수평이 맞질 않아 대들보 무너질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집이란 게 매사 반듯해야 하고 칼 같은 오와 열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습니다.

단지, 짓고 난 후 현대식 시설을 적용할 때 불편한 점이 조금 있습니다.

예를들면 씽크대나 가구, 벽지, 장판 등은 벽이 울퉁불퉁하거나 벽구석이 직각이 맞질 않으면 보기에 흉합니다.

화장실 타일이나 세면대를 고정시킬 때도 애를 먹습니다.

목수들이 아주 싫어하는 집입니다.

목수 실력이 발휘되는 부분은 별로 없고 오로지 힘만 곱으로 드니까요.

그러니 그런 점을 애초에 감안하던가 완성 후에 감수하던가 해야 합니다. 

집짓는 업자들도 안 좋아 하기는 한가지입니다.

대개 집이란 건 자재비 반 인건비 반입니다.

업자로선 자재야 고정되어 있어 더 남길 여지가 없기에 인건비를 아끼는 게 남는 겁니다.

그러니 규격화된 설계와 규격화된 자재로 딱딱 맞춰 빨리 짓기를 원합니다.

헌데 귀틀집은 나무 하나 올릴 때마다 일일이 재 봐야 합니다.

한꺼번에 딱딱 맞춰 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인건비가 많이 드니 꺼려합니다.

물론 후하게 주면 됩니다.

하지만 주는 처지로선 적게 들이려 하는 게 세상이치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업자로선 반듯하고 화려하지 못하고 꾸불텅한 집을 지어서 후한 돈을 받자니 스스로도 미안할 따름이겠죠.

요컨대 누구한테 맡기려면 돈이 많아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요사이 흙과 통나무 등 자연소재를 이용한 집이 유행입니다.

티비 프로그램이나 책자 등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이 환상을 갖고 얘기합니다.

마치 하루밤만 그런 집에서 자면 모든 병이 나을 것 같이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만큼은 아니라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

우선 자연 소재집은 비싼 집입니다.

흙과 통나무를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을 듯하지만 요새 시골 어느 곳을 가나 마음대로 흙 퍼 쓸 수 있는 곳이 드뭅니다.

더구나 나무를 베서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합니다.

일일이 사서 써야하는데 좋다는 것을 알아 누구나 찾기 마련이다보니 지금은 가장 비싼 자재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 하자가 많습니다.

원래 흙과 나무는 썩 어울리는 소재가 아닙니다.

습기를 머금었을 때 늘었다 줄었다하는 신축율이 달라 반드시 틈이 생기게 돼 있습니다.

그걸 막으려면 확실히 마른 건조목을 쓰면 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 년 혹은 수십 년 계획을 세워 짓는 절이나 궁궐이 아닌 바에야 비가림을 해서 몇 달 혹은 몇 년씩 말려서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집은 지금도 틈이 계속 벌어집니다.

저야 제가 지어 제가 보수하는게 당연한데 남이 지은 집을 사는 사람들은 매번 손을 보며 살아야 하는 집이라 불편할 겁니다.

집이 약간씩 움직이는 것도 살아숨쉬는 증거라며 강변한다면 애교로 봐 줘야 할까요.

특히나 우리 동네는 추운 곳이라 단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즉 통기성보다는 차단성을 우선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만 사치스럽게 사는 셈인가요.

어쨌든 집은 따뜻하고 편하면 그뿐입니다.

본채는 가끔씩 와서 도와주신 분들과 후배와 제가 둘이서 2002년 봄여름 6 개월에 걸쳐 지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후배는 성격이 꼼꼼해서 몇 밀리 오차를 못 보고 넘어가고 저는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넘어가자는 주의인지라 서로 갈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후배는 지금도 치수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귀틀집은 짓지 않겠다 합니다.

그러니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는 자기 취향을 잘 알고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집은 벽을 이중으로 했습니다.

바람과 눈이 많은 추운 곳이라 통나무 하나 정도의 두께로는 어림없기에 안쪽벽은 각목과 철망을 덧대어 흙을 한 겹 더 붙였습니다.

흙과 나무를 합친 두께가 20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덕분에 배관 하나 얼어터진 것없이 혹독한 지난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었습니다.

여긴 5월 중순까지 새벽에 살얼음이 업니다.

아직 많은 하자가 생기지 않아 잘 버티고 있습니다만 가면 갈수록 제가 몰랐던 부분에 이상이 생길거라 봅니다.

그때그때 배우는 과정이라 여기고 아는 값을 치른다고 위안 삼습니다.
어차피 모르고서 시작했던 일인데 이 만큼 온 것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터파기(2001.6)

주춧돌 놓기. 바닥에 설계대로 선을 긋고 나무가 맞물릴 부분마다 주춧돌을 놓습니다 (2001.6)


나무 껍질 벗기기(2002.3)

 

 

벽체 올리기. 사전에 문창 들어갈 곳을 계산하고 뒤틀릴 것을 대비해 위 아래로 충분히 간격을 띕니다(2002.4)


상량식. 집에서 가장 높은 뼈대인 용마루를 올리는 의식입니다(2002.5.6)


서까래까지 걸어 뼈대가 완성된 모습(2002.5)


전기배선 및 상하수도 배관 설비(2002.6)


정화조 설치(2002.7)

 


지붕. 합판에 각목 상을 대고 단열재를 끼워 넣고 합판을 덮습니다(2002.7)


지붕 마감. 방수시트를 깔고 아스팔트슁글을 덮습니다(2002.7)


흙 붙이기. 나무 사이에 못을 박아 볏짚 섞인 흙을 고정시킵니다(2002.7)


실내쪽 벽은 각목과 철망을 덧 대어 완전히 흙으로 감쌌습니다(2002.8)



천장 위 빈 공간, 일명 더그매 공간을 다락으로 활용했습니다(2002.8)

 

구들 놓기. 안방은 거실에서 불을 땔 수 있게 함실아궁이로 만들었습니다. 적벽돌로 고래를 놓아 철판(아나방)을 덮은 후 흙을 다져 방바닥을 만들었습니다(2002.8)


집 짓는 중의 제 몰골입니다. 고교생 이전 체중으로 돌아갔습니다(2002.8)



귀틀집의 문창과 실내를 꾸민 후 가족들과 재미있게 사는 모습